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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누가 뭐래도 배우고, 또 배우고 싶어요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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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경북밀알 작성일07-10-22 10:44 조회4,901회 댓글0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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▲사람대접 받으며 살기위한 교육은 욕심이 아니라고 말하는 노들장애인 야간학교 배덕민 총학생회장. ⓒ에이블뉴스

 “누가 뭐래도 배우고, 또 배우고 싶어요”

중입 검정고시 통과하고 “나도 할 수 있구나”
“사람대접 받으며 살기 위한 교육, 욕심 아니죠”

저는 노들장애인 야간학교와 인연을 맺은 지 3년이 되었습니다. 현재 중등 과정을 배우고 있고. 우리 반 만해도 학생들이 10명이 됩니다. 흔히 말 하죠. 못 배운 게 한이라고. 무식한 게 죄라고. 네 그래요 맞습니다. 비장애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장애인들은 더 합니다. 배우고 싶어도 배울 기회도 없었고, 그러다 보니 나이만 먹고, 이제 시작하긴 늦었다 생각해서 포기한 사람도 많겠지요. 저 역시 포기할까 생각했지만, 그럼에도 너무나 간절히 배우고 싶었습니다.

여덟 살 때인가 기억이 납니다. 어떤 아저씨가 와서 아버지께 종이를 주셨는데 그 종이는 다름 아닌 초등학교 입학 통지서였습니다. 아버지는 그걸 보고 눈시울이 붉히셨지만, ‘이 아이는 도저히 학교를 다닐 수 없습니다’라고 말씀하셨습니다. 나는 어린 생각에 엄마 등에 업혀 충분히 초등학교를 다닐 수 있을 거라 했지만, 어머니도 아버지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. 그렇게 30여 년 동안. 집안에서, 또 시설에서 갇혀 살며, 내 마음에는 깊은 한이 쌓여갔습니다.

서른일곱. 사람답게 살고 싶어 그 시설을 뛰쳐나오며, 나는 결심했습니다. 배우기로. 그래서 노들장애인야학을 찾게 되었고, 입학하게 되었습니다. 6개월 만에 중입 검정고시를 보았고, 당당히 합격하였습니다. 그 기쁨은 말로 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. 나도 하면 되는구나. 배움이란 나와 아무 상관없는 것인 줄 알았는데, 나뿐만 아니라, 우리 야학 30여명의 학생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것인데. 나도 하면 되는구나. 우린 모두 하면 되는 거였구나. 기뻤던 만큼, 배우지 못하고 살아온 지난 세월이 억울했습니다.

내가 본 노들야학 학생들은 모두 저마다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. 아무리 피곤해도, 힘이 들어도, 배워야 하겠다는 집념 하나로 교실로 들어오는 모습은 정말 그 어느 일반 학교보다 더 학구열에 불타고 있습니다. 내 나이 마흔하나. 하루하루 노들야학에서 배우고 또 배웁니다. 참교육은 바로 이런 거구나 하고 새삼스럽게 느낍니다. 난 노들야학이 좋습니다. 친구들을 만나 좋고, 배울 수 있어 좋습니다. 그래서 학생들은 수업이 없는 날도 매일 야학을 오르는지 모릅니다.

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. 교육은 너무나 중요하고, 누구나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. 배움은 평생 동안 같이 갈 벗이라고 생각합니다.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이 그러죠. 장애인이 배워서 뭐하냐고, 공부해서 뭐 하냐고, 어디 가서 써먹을 데도 없지 않냐고. 써먹을 데가 없다고요? 우린 사람도 아닙니까. 한 글자 한 글자 배워서 신문도 보고, 책도 보고, 길거리 표지판을 읽을 수 있는 행복은, 일반 비장애인들은 아무리 설명해줘도 모르겠지요.

누가 뭐래도 나는 배우고 또 배우고 싶습니다. 이 나이 먹도록 몰랐던 것들이 너무나 억울합니다. 한 가지 한 가지 배우며 산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릅니다. 10년 동안 짐승처럼 시설에 처박혀 사는 동안 나를 가르쳐준 사람, 내 주위에 아무도 없었습니다. 사람답게 살고 싶어 그 시설을 뛰쳐나오며, 내가 가장 간절히 원했던 것은 바로 배우는 것이었습니다.

당신들에겐 성공을 위한 교육일지 모르겠습니다. 그러나 우리에겐 그저 사람대접 받으며 살기 위한 교육입니다. 그것이 그렇게 과한 욕심입니까.

*이 글은 노들장애인야간학교 총학생회장 배덕민씨가 지난 17일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글로 본인의 허락을 구해 전문을 싣습니다.

기고/배덕민 (ko3342103@nate.com)에이블뉴스, 기사작성일 : 2007-10-18 17:32:41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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